가축보다 야생동물을 먹어야 오래 산다

신동호의 발견의 즐거움

▲   ⓒ연합뉴스 

현대인은 ‘지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산다. 기름기가 많은 육류와 햄버거를 많이 먹어 미국인들이 비만과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저지방 우유, 저지방 육류를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좋은 지방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미국인이 비만과 심장병에 시달리는 것은 좋은 지방을 먹지 않고 저질의 포화 지방산을 먹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즐겨 먹는 버터와 마가린은 대표적인 포화 지방산이다.

석기 시대 사람들은 몸에 해로운 포화 지방산보다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먹었다. 석기 시대인의 육류 소비량 가운데 포화 지방산의 비율은 전체 열량의 5%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 미국인에게는 포화 지방산의 비율이 15%나 된다.

포화 지방산은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색 고기에 많다. 원시인이 주로 먹었던 고기는 사슴, 들소, 낙타, 산돼지, 매머드, 곰, 늑대, 개, 오리 같은 야생동물이다. 또 물고기, 조개도 많이 먹었다. 이들 야생동물과 물고기, 조개에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보다 불포화 지방산이 많다.

그런데 석기 시대가 끝날 무렵 사냥거리였던 대형동물이 멸종하자 인간은 가축을 대량 사육해 잡아먹기 시작하면서 포화 지방산의 섭취량이 늘어났다. 그나마 소나 돼지를 초원에서 방목할 때에는 가축의 포화 지방산 함량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방목할 풀밭이 부족해져 곡식으로 소와 돼지를 기르면서 가축의 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졌다. 요즘에도 옥수수만 먹고 자란 소와 풀밭에서 뛰어놀면서 자란 소를 비교해 보면 후자가 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낮다. 또 열량도 훨씬 적다. 풀밭에서 뛰어노는 소의 고기를 먹은 경우 연간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에서도 소가 태어나면 첫해는 풀밭에서 뛰어놀게 해 비타민 등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게 하고 1년 뒤부터 축사로 옮겨 비좁은 공간에서 곡식을 먹인다.

한국과 일본의 사육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쇠고기를 이른바 ‘마블(대리석)’로 만들기 위해 거의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는 비좁은 우리에 묶어 놓고 사료만 먹여 키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고기는 근육에 마치 대리석 무늬처럼 기름이 잔뜩 끼어 있다. 이런 고기는 지방질이 많아 구우면 맛이 있고 야들야들해 비싼 값에 팔려 나간다. 하지만 마블에는 몸에 해로운 포화 지방산이 잔뜩 들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인이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사슴이나 곰 같은 야생동물을 잡아먹기도 쉽지는 않다. 이에 대한 대안이 오리고기와 개고기이다. 오리고기나 개고기는 불포화 지방산이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훨씬 많다. 오리고기의 지방산은 포화 지방과 불포화 지방의 조성 비율이 55:45로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다. 어분을 사료로 먹은 닭고기도 오리고기보다는 못하지만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불포화 지방산의 함량이 높다. 대개 불에 굽고 난 뒤 오랫동안 놔둬도 기름이 굳지 않는 고기가 불포화 지방산이 많은 육류이다.

미국국립암연구소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색 고기를 하루 85g 이상 먹는 사람은 암 발병 확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붉은 고기를 먹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3배 이상 높고, 대장암·직장암·췌장암·유방암·전립선암·신장암 발병률도 높았다. 이 연구소는 해산물과 닭고기, 오리고기의 섭취를 늘이고 붉은 색 고기의 하루 섭취량은 85g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방의 원료가 되는 지방산은 탄소가 긴 뼈대를 이루고 여기에 수소가 결합한 사슬 형태를 이루고 있다. 포화 지방산은 모든 탄소에 수소가 붙어 있지만, 불포화 지방상은 일부 탄소가 이중 결합 또는 삼중 결합을 하고 있어 마치 이빨이 빠진 것처럼 수소가 군데군데 없다. 이런 구조적 특징 때문에 포화 지방산과 달리 불포화 지방산은 평상 온도에서 액체 상태이다. ‘올리브 오일’처럼 흔히 오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체로 불포화 지방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