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하는 삼모작 인생
어제그제가 어버이 날이다. 왠지 돌아가신 부모님생각이 특별히 간절해지고 앞서간 아내가 그리워지며 미안한 마음이 가슴쳐온다. 지난 4월 8일 그러니깐 한 달 전에 혼자지내기가 허전하고 옆구리가 시려서 울산숙모님 기도처럼 “집안의 안정과 번창을 위한 방편”이라는 변명 하에 앞으로 남은 이삼십 년간의 생활을 위하여 “삼모작 인생”의 새 출발이란 미명아래 재혼을 감행하여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친지• 친구들의 충고대로 “다른 일 생각하지 말고 자신만 생각하면서 새 출발하라”는 재혼도 막상 행하고 나니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제일 먼저 자녀, 형제, 가까운 친척 등 하다 못해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이젠 조금씩 이들과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앞서게 된다.
아내의 대상을 치른 후 연금승계문제 등을 고려하여 정년 안에 재혼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에서 행하다보니 별문제는 없지만 관계되는 여러 사람들의 편안함과 그들의 입장에서 앞으로 혹시 야기할지 모르는 문제점들을 한 번 더 반추해보지도 않고 너무 서두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아들내외에게는 아내의 소망대로 좋은 일도 있고 또한 아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앞당겨 선물을 받는 둥 축하행사를 가졌고 어버이날 당일은 여식의 주선으로 관례로 되다시피 된 창원사돈 분들과 같이 하는 행사가 새 아내와의 첫 대면을 겸하여 가졌는데 친화성 있는 창원안사돈과 새 아내가 별로 어색하지도 않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나는 혼자 속으로 쾌심의 미소를 지우며 흥에 겨워 조금 과음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기분 좋게 사돈과 전처럼 호쾌하게 어울릴 수 있었다.
어제는 새 아들의 주선으로 새로 인연 지어진 처형과 같이 교류도 있었는데 아직 흥겨운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별 어색함이 없이 그런대로 진행된 것은 새 아내의 후덕함에서 발로된 것이라 사료된다.
이젠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는지 친척•친지들에게서 축하의 인사와 더불어 존경하는 은사님으로부터 정성어린 충고? 도 받았지만 요즘세태인 결혼풍속의 사회문제점으로 연락치 못함을 양해 받으면서 기회가 되면 꼭 찾아뵈야만 할 친척들에게는 언젠가는 기회를 갖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친한 친구들도 자기 나름대로 생각으로 <내가 혼자 기가 죽어지내는 것으로 보여 보기 딱했던지> 축하와 아울러 행복을 위하여 충고들도 잊지 아니 하였다.
오늘도 신문에 보니 수도권 유명 골프장에 얽힌 창업자인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6년간 끌어온 친형제간의 재산싸움과 욕심에 찬 재벌가의 재산다툼을 보면서 난 별 재산이 없어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얼마 되지도 않는 유산에 복잡하게 얽혀 돌아갈 수도 있는 재혼 후의 문제점과 소종가로서의 지켜야 할 책무와 세전유산의 상속과 전달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를 다시 한 번 해보면서 또한 재혼 전에 있었던 맞선과 소개팅에서 있었던 누구는 음식솜씨가 좋고 누구는 재산이 많고, 또 누구는 학식이 있는 박사라는 비교 우위를 이젠 모두 떠나서 앞으로 정말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집안의 안정을 도모해 가리라고 믿었던 새 사람과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자녀들의 교육과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어온 어느 면에서나 부족함이 없고 똑똑하였던 승천한 아내의 염원도 물러받아 함께 지켜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내가 해야만 하고 또 꼭 해낼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 새 출발의 각오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오늘 사위내외와 외손자의 새 출발 가정으로 처음 하는 초대에 이삼일 전부터 서둘러 준비해 오면서도 살림에는 자신이 없다면서 실제로는 별로 부족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음식솜씨가 부족하다고 느껴오는 새 아내가 마련한 백년지객이란 사위의 첫 초대상이 생각 외로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고 또한 믿으면서 우리 집안의 안정과 번창을 다시 한 번 조상님과 승천한 아내께 기도하면서 그들에게 보답하는 의미로서도 행복한 새 출발을 다짐해 본다.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리오며 아울러 모든 가정에 萬事亨通의 기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2012년 . 추석을 앞둔 가을을 맞이하면서, 최주수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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