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부상

 아무리 바빠도 “일만하고 쉬지 않으면 바보”라는 옛말이 있다. 휴식이라는 것은 회복과 재충전의 활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요즈음 때론 짜증날 때도 있지만 근 한 달간 부상으로 인한 과도한 휴식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립해 보고 있다.

  한 달 전 고향 별장에 오랜 만에 제초 작업 등 주변 정리도 할 겸 방문하여 가자 말자 불편한 몸으로 곧 되돌아오는 사건이 생겼다.

집사람이 챙겨주는 부식이랑 락앤락 통에 넣어주는 과일과 도착해서 바로 먹을 김밥 등을 가지고 가서 도착하자 말자 김밥을 먹고 좀 쉬었다가 과일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주변 대밭 등을 둘러보니 누군가가 조금은 손질을 한 것 같아 서울동생에게 연락해 보니 문산에 울타리 시공하러 왔다가  잠깐 들러 가는 길에 예취기로 조금만 손을 봤단다.

 그것만 해도 낫으로 일일이 베여야 하는 내 형편을 생각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연못의 물레방아가 돌아가지 아니하여 동적인 생명력의 느낌이 부족하여 연못으로 오는 파이프를 점검하러 나갔다가 장마에 대비하여 안전하게 조금 손을 보려고 하다가 초판부터 일진이 나빴는지 미끄러져 왼쪽 발목을 크게 삐게 되었는데 소리까지 나는 것 같아 인대에 탈이 났구나 싶어 파이프고 뭐고 내팽개치고 붓기 시작하는 다리를 움켜잡고 근근이 운전하여 부산으로 되돌아 왔다.

 괜히 미리 연락해 봤자 걱정만 더 할 터이고 해서 집에 오니 집사람은 크게 놀란 얼굴로 서둔다. 겨우 아들(정형외과 전문의 서울에서 활동)에게 통화가 되어 금요일 저녁이라 집 근처 미래정형외과에 X-ray 촬영을 해보니 인대 뿐 아니라 뼈도 수술은 안 해도 될 정도로 조금 골절이 되었단다. 치료담당 의사와 아들과 통화를 시켜 응급처치를 하는데 33kg인 집사람이 미는 wheel-chair에 앉아서 완료하였는데 부위가 빠진 일주일 후 완전 기브스를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 때부터 찜통더위에 자유가 박탈된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크게 할일도 없어 삼식세끼와 내장은 원래 튼튼하여 소화는 잘 됨으로 중간 중간 간식으로 하루 여섯끼를 먹으면서 아내가 붙여준<六食君子>로서 몸만은 최상의 휴식에 들어갔다.

 부기가 잘 가시지 않아 기브스가 늦어지면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아들의 주의대로 얼음찜질과 부상된 발목위치를 심장보다 높게 하는데 정성을 기울이니 통증도 없어지고  호전됨을 실감할 수 있어 역시 환자는 의사의 조치를 충실하게 이행해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별로 할일도 없어 독서와 서예에 좀 몰두하였는가 싶었는데 상처부위의 부기가 심하여 누워서 빈둥대니 죽어나는 건 에어콘 돌아가는 소리인데 집사람은 혼자서는 감히 에어콘 켜기가 어렵고 식사도 부실하였는데 덕분에 잘 먹고 시원하게 지내서 좋은 점도 있단다.

 완전 기브스를 한 후  활동하기에 신경이 덜 쓰여 일주일 전에 용무차 꼭 가야할 울산에 가기로 하였는데 약속장소가 친구의 별장이 되는 바람에 이왕 김유섭 교장님도 같이 만나기로 하여 한식 전문기능보유자인 친구 부인 덕분에 친구의 별장에서 멋진 샤브 샤브 등 잔치 같은 분위기로 정말 오랜만에 소주 두서너 잔 걸칠 수가 있었다.

그간 집사람도 겨우 이끌어 가는 약한 건강상태에서 수고 많지만 이젠 한 열흘 후에 좀 서둘러 기브스를 풀 수 있다는 희망에 풀고 난 뒤에 해야 할 일들을 챙겨보는 즐거움에 벌써 입가엔 미소와 가슴속엔 즐거움이 솟아오르니 참말로 인간심리는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만 틀어 박혀 있으니 측은하였던지 마음이 통하는 사위덕분에 이천계곡과 청사포 조개구이집과 그것도 투병이랍시고 간혹 찾아온 문병객 덕분에 겨우 맛만 본 소주 몇 잔 외엔 거의 금주상태이니 이 참에 위장과 간장도 푹 쉬었으리라 생각하니 이것도 내게 주어진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불편함과 어려움도 생각에 따라서는 크게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 부상과 치료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만 방심하거나 부딪치어도 탈이 날 수 있다는 관념으로 항상 주의를 기울어야 하겠다고 다짐해 보면서 빠른 회복을 위하여 귀한 과일과 홍삼액을 보내주신 창원사돈, 대구사돈, 홍화씨 추출액을 보내주신 정사장, 문병 온 친구와 후배들, 아내의 제자들, 특히 많은 수고를 한 아내에게 감사드리며 안식년의 마지막 과도한 억지 휴식에 한껏 취해본다.

                     2008년 7월 28일  서재에서  최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