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제와 천도재

  고향 마을에는 예부터 백중 명절이 되면 말 그대로 백가지 음식은 아니지만 채소류를 비롯해 돼지도 잡고 많은 음식을 마련해서 모내기 이후 잘 가꾸어온 농사와 다가오는 수확기까지 모든 것이 별 탈 없도록 마을 수호신에게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오며 그간 일꾼들의 노고와 앞으로의 일꾼들의 원기를 복돋아 주려고 마을 주민들이 합심하여 잔치를 벌이곤 하였다. 자꾸만 농촌가구수도 줄어들고 출향민의 참석도 저조하여 당산제 규모가 작아지는 것 같지만 올해도 예외 없이 시행한다기에 매년 마을 제사 때 보면 좋은 일이 있고 제물비도 좀 찬조할 수 있는 적당한 祭主가 없어 쩔쩔 매기도 하는 것을 보아왔고 이번 아내의 장례식에 동네의 협조도 있었고 또한 마을 북암사에 부모님, 장인장모님과 아내의 백중천도재도 있고 하여 자청하여 제주가 될 것을 제의하였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골프회원 몇 명이 하루쯤 먼저가 하동골프리조트에서 골프를 즐기기로 하고 북천별장에 이번 비로 무너진 장승을 정리하는데 힘을 모아준다기에 우리보다 미리 간 김회장이 적량생가에서 미리 준비해둔 피라미 튀김도 먹고 하면서 김회장과 어울러 하루를 지냈다.  백중 보름날은 일행은 새벽부터 설쳐 9시경에 골프를 마무리하고 나는 서둘러 북천으로 오고 일행은 몇 시간 후에 고향마을에 도착하기로 하였다.

 고향에 도착해보니 제주 때문에 내가 비록 아내의 49재와 백일 천도재를 지냈지만 喪身이라는 주장이 있어 왈가왈부한 모양이어서 다음번에 하기로 하고 올해는 마침 학교 교사인 종고숙댁 둘째 아들이 이번 8월에 교육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어 당산제 음식도 그 댁에서 개인적으로 마련하여 잔치를 하게 되었음으로 그 쪽에서 알아서 제를 모시도록하고 나는 북암사 천도재에 참석하고 있는데 적량에서 일행이 별장에 도착하였다기에 천도재를 마치지도 못하고 고향집으로 내려와 이번 태풍으로 한 쌍으로 이루어진 장승중 남자분의 무너진 장승을 정리하면서 집안으로 들어 옮기는 것은 뭔가 찜찜하며 걸린다며 이것을 조각한 분이 미국에서 돌아오면 상의해서 정리한다며 대문밖에 위선 안치해 두었다.

 모두 같이 마을회관으로 가서 백중 당산제 음식으로 음복을 하고는 바쁜 김회장은 부산으로 와야 한다기에 별 할 일도 없는 세 사람이라도 우리집에 남아서 하루 더 골프리조트에 즐기기로 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뇌성번개라도 치는 날에 간혹 한번 씩 전기가 누전 차단되기도 하는데 이번에도 누전 차단되어 냉장고가 엉망진창으로 되는 바람에 엄두도 못내고 나는 동네에서 마신 술기분에 부모님과 아내가 잠들어 있는 묘원에도 들리지 못하고 정사장이 운전해주는 덕분으로 부산으로 곧장 달려와서는 아파트 주위 음식주점들이 아직은 영업시간도 아니 되어 가게문을 거의 닫은 상태이므로 아파트 안에 있는 정자에서 마트에서 사온 맥주랑 햄소시지를 안주삼아 백중기념 하동골프리조트 방문단 해단식을 마치고는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작년에는 백중일이 윤달로 늦어 방학이 아니고 개강중이어서 참석 못하였고 재작년에도 사정상 참석치 못하였는데 3년 전 아내와 같이 참석하여 동네에서도 환영받고 절에서도 대환영을 받았던 일을 떠올리며 뜬금없이 떠오르는 아내 생각에 여러 상념을 떨치지 못하고 재민이 엄마와 재민이와 같이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고는 아파트 주변 수영천 저녁산보를 마치고는 피곤하였는지 너무 일찍 잠들어 서울 아들내외의 여러 번 온 전화도 받지 못하고 깊이 잠들었다가 뒷날은 첫새벽부터 잠이 깨어 서예와 연습장에 가서 너무 일찍 일상에 복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백중 천도재를 마치면서 다시 한 번 부모님은 물론이지만 너무 일찍 간 아내를 원망하면서 극락왕생을 빌어본다.

      2010년 8월 26일, 며칠간 계속되는 폭염에 부산에서, 최주수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