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등반기
이번 자연대 연수는 금강산으로 정했단다. 사실 대학만큼 단체 일정 잡기가 어려운 곳도 없을 상 싶다.
전번에도 일본 어딘가 간다고 한참 준비하였는데 무산되고 말았다. 학교에서 나오는 연수비랑 상조회 보조로 여행비의 반도 안내고 가는 정도이니 난 사정이 허락하면 꼭 동참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출발 시에는 참가자는 반도 안 되는 17명이였다.
⌜소동파⌟ 시인도 “조선국의 금강산 여행이 소원”이라는 절경을 생전에 볼 수 있으리라 꿈꾸기나 했든가?
고교시절 국어교과서에 ⌜정비석⌋의 “산정무한”에서 금강산 절경을 느끼면서 ⌜김영실⌟ 국어선생님의 ⌜정철⌟의 “관동별곡”과 ⌜이광수⌟의 “금강산유기” 속에 나온 금강산 예찬을 같이 소개하는 명경지수의 맑은 물과 만물상의 신비로운 자태들을 들은 기억을 어림프시 떠올리면서 선생님께서 하시던 우리 생전에 금강산 구경할 수 있겠나? 하시면서 탄식하던 모습이 뇌리에 스쳐간다.
6월 26일 아침 6시 20분 학교에서 출발이니 5시경에 기상하여 준비를 하는데 언제나처럼 일찍 출타 시에도 항상 정성껏 식사를 챙겨주는 아내의 정성어린 식사(아마 학교에서 간단한 조찬을 준비했으리라 짐작은 하면서도)를 처분하고 학교에 도착하니 전송 차 나왔다는 김성철 부총장이 먼저 와 있었다.
6시 반경에 출발한 우등고속이 현풍 휴게소에서 김밥과 된장국의 조찬을 해결하고 캔맥주 한 잔 하면서 한시쯤 도착한 곳이 남쪽 한계선 부근의 현대 아파트가 있는 고성 남쪽에서 뷔페로 점심을 해결하고 차속에 핸드폰 등을 두고 가라는 버스 기사의 안내로 남쪽 한계선인 남쪽 출입경 사무소를 지나 볼품없는 휴전선을 지나 남쪽 사무소와 비교가 되는(현재 건물 신축중이라고 천막으로 된 간이 시설) 북쪽 사무소를 3시 경 통과하여 5시경 숙소인 현대 통나무 펜션에 여장을 풀었다.
 바로 앞이 해안이고 그 옆에는 옛날에는 유일하던 해금강 호텔이 잔잔한 해변 가 바다위에 떠있고 그곳에서 육칠 분 걸어가면 도착하는 고성항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마침 그 때가 6.25 특별 제 14차 남북이산가족 면회가 바로 옆 금강산호텔(패미리호텔)에서 시행되고 있었고 그 다음 날은 김영남 가족 상봉이 예정되어 있었기에(아침식사는 뷔페식으로 함께 하는 일정) 호텔 주위도 제법 사람이 붐비었고 그 일대에 거주하는 현대직원들과 통행 길은 다르고 비록 철망이 쳐져 있었지만 왕래하는 북한 주민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고성횟집에서 자연산 생선회와 털게 맛과 어울려진 북한 영령술로 쇠주잔을 나누고 그곳 도우미와 “며느리 삼았으면 좋겠다”는 어느 교수의 실없는 농담도 처음엔 겁을 내면서 어색하게 나누며 매운탕과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고성횟집을 나와 젊은 분들은 해금강호텔 노래방에 호기심에 간다고 하지만 노틀 들인 우리야 내일 구룡폭포와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깃든 상팔담 등정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금강산은 세계적인 명산이며 지질은 편마암과 흑운모화강암 또는 반상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석리가 거칠고 격심한 풍화침식을 받아 암석상에 수많은 절리가 발달하여 암석조각이 삭마하여 깊은 골짜기와 많은 거봉과 암주, 암반이 형성하여 상상조차 어려운 천태만상의 기석괴암을 이루고 있다. 또한 계곡과 화강암 사이에 흘러내리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몇 병이라도 많이 가져가도 허락된다는 맑고 깨끗한 물이 암벽곡저를 흐르면서 폭포나 늪을 이루어 물의 절묘한 장관을 유감없이 나타내고 있었다. 아울러 오랫동안 보존된 삼림과 괴석이 어우러진 산 자체의 아름다움은 필설이 둔한 필자로서는 도저히 그 진가를 표현할 길이 막막하였다.
 금강산은 계절에 따른 자태의 변화로 봄은 춘색이 짙은 산자수려와 불단의 金剛殿裏의 화려함에 비유하여 金剛山으로 대표적으로 불리웠고, 여름은 만산의 짙은 녹음 속에 잠겨버릴 듯한 건곤한 여름의 금강은 하늘과 땅과 사람사이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풍경이라 하여 蓬萊山으로, 가을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가을 하늘에 첩첩히 쌓인 기봉이 서로 뛰어난 모양을 자랑하며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드는 무렵에는 일만이천의 봉우리가 제각기 숭고하고 장엄한 절경을 이루는 점에서 楓嶽山으로, 겨울에는 앙상한 산체가 흰 눈으로 덮혀 괴이하고 침통한 백골로 변한다하여 皆骨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직은 내금강을 비롯한 비로봉은 관광이 통제된 곳이고 개방된 곳은 외금강의 몇 코스와 해금강코스 이지만 처음 시작에 비하면 이것도 많이 발전된 것이고 이 정도라도 가능하게 추진해주신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던 불도저 왕회장으로 불리신 이젠 고인이 되신 현대의 정주영 회장님께 마음 속 깊이 감사를 드리면서 최근 수년간 개인 사정으로 통 등산을 하지 않아 등정이 무리가 아닐까 다소 걱정도 되었지만 할 수 있는 한 모두 등반하고자 하였다.  둘째 날(6월 27일)은 외금강의 구룡폭포와 나뭇꾼과 선녀의 전설이 깃든 상팔담 코스였다. 구룡폭포에까지 올라가면서 평소 등반에는 자신이 없었다는 간호학과 정향미 교수님의 여유로운 산행 모습에 힘을 얻으면서 동행하였고 후미에 손경희, 오영희 젊게 보이는 김이순교수 등 여교수님들도 모두다 힘을 내서 등정하였는데 그때가 등반 시작 후 한 시간이 조금 지났었고 그곳에서 그날의 상봉인 상팔담까지는 40여분이 걸린다는 설명 이였다. 일부러 북측 안내양에게 묻기도 하였는데 비교적 스스럼없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전설이 깃든 신비한 40여m의 구룡폭의 장관은 차치하고라도 그 곁에 새겨진 18m 크기의 佛 자 하며 1947년에 다녀갔다는 곳곳에 “김일성주석”의 많은 흔적과 찬양 글과 김일성 본인이 지었다는 글(시조)과 또한 조선시대에 새겨졌다는 글자들의 흠집들이 남아 있어서 명산파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이 좀 들기는 하였으나 상팔담에 등정하기로 하고 일행을 놓치고 시름시름 올라갔더니 만 처음에는 우리 일행 중에 선두 그룹 이였는데 상팔담에는 6번째로 도착하였다고 그래도 먼저 도착한 김성식 학장 일행이 반겨주며 용기를 주고 있었는데 하산 길의 계곡 위 줄다리를 건너면서 과거 ⌜진주고 학생시절 마지막 가을 소풍을 해인사에 가서 해인사 입구에 설치된 강씨 문중인가 어느 문중의 유적지에 가도록 만들어둔 쇠줄로 만든 재미있는 흔들 줄다리에 한꺼번에 많은 학생이 올라가서 흔드는 바람⌟ 에 쇠줄이 터지는 사고로 학우인 이문태와 전혀 모른 어떤 아가씨의 그 순간 줄다리에 같이 올라갔다는 타이밍으로 해서 줄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리다가 밑 계곡수에 낙하하였지만 다행이 물이 깊어 상처는 없었던 과거시절을 회상하면서(이 사건으로 인하여 우리 후배들에겐 3학년 가을 소풍이 오랜 기간 취소되어 시행되지 못하였다고 함) 이곳도 물이 깊어 떨어져도 다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다리를 건너다가 다리 밑 물귀신의 시샘인지 때마침 획 불어온 바람에 내 모자가 날아간 사고를 당하면서 모자하나 금강산 계곡에 보시한 셈으로 하산하니 목적지 도착에서는 후진 이였다.
 점심을 하기로 한 목류관에 당도하니 먼저 온 일행들이 권하는 가슴속이 시원한 차가운 막걸리(남쪽의 조 껍데기 술과 같은 맛) 한 사발에 양고기 꼬치와 빈대떡을 걸치니 그 갈증의 시원함이 신선노름 같았다. 목류관에서 쇠주 한잔 곁들인 물냉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는 내일의 만물상 산행을 위하여 오후에는 삼일포관광을 떠났다. 빼어난 경치와 넓은 호수도 장관 이였지만 오후 문화회관에서 세계적인 평양기예단(서커스) 공연을 관람하기로 되어있어 일정상 해금강을 관광하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쉬움에 남았다.
문화회관에서의 기예공연은 말 그대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으며 특히 중심을 잡는다는 우리판위에 4개의 술잔을 놓은 막대기와 입에 문 막대기와 연결하야 그네 타는 시범 등은 줄타기보다 나에게는 더욱 등에 땀을 배이게 하는 아슬아슬한 시범이였다. 정말 생애에서 제일 아슬아슬한 곡예에 손뼉을 같이 힘 있게 쳐주기도 하며 다음에 가족들과 다시 보기를 희망하면서(재 감상에는 10% 할인) 다음 일정인 금강산 온천에 입욕하였다. 여러 설명 필요 없이 지친 몸의 피로와 유명하다는 온천수에 몸을 담가 조금의 피로는 풀었으나 내일 등반을 위하여 희망하는 발맛사지는 예악이 꽉 차서 서비스 받을 수 없었고 오늘의 일정이 끝나 숙소로 돌아 왔다. 어제 간 해금강 호텔 노래방에 가서 떠나기 전 북한에서의 마지막 회포를 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숙소 앞 바닷가에 현대 측에서 만들어둔 벤치와 테이블에 앉아서 우리가 준비해둔 캔 맥주나 한잔하고 일찍 취침하여 남자 분들은 조금은 힘든 만물상 산행(여교수님은 해금강 관광)에 대비하자는 분위기여서 바닷가 이면서도 전혀 바다 비린내 없는 깨끗한 고성해변이 후일 세계적인 해수욕장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하면서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술잔 가누기도 힘들어 숙소로 돌아 와서 지나간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등 내일을 위하여 취침에 들었다.
일정 마지막 날은 기암괴석 조각상의 만물상 행이였다. 너무나 경사진 곳 이여서 곳곳에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고 줄을 잡아야 하는 곳도 많았다. 올라가는 길은 한동안은 숲 속이였지만 상봉으로 갈수록 기암괴석상과 작은 나무들 뿐 이여서 어제 잊어버린 모자 덕분에 얼굴에 햇볕도 쏘이면서 천불산 삼선암, 귀면암, 만상정을 지나면서 그 많은 신비한 괴암의 봉우리와 조각 같은 반석들을 보면서 자연의 힘의 위대함과 정교함에 탄성을 내면서 내려오니 오늘도 역시 후진 이였다.
 만물상측 주차장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내러오면서 비록 먼발치의 차속이지만 飛鳳이라는 말만 들어도 주먹을 불끈 쥐는 우리 晋高人들에게 익숙한 비봉은 거대한 기봉으로 부터 비산해 내리는 수량이 많을 때는 바람에 휘날려 안개나 이슬비로 산골짜기를 가득 채운다는 절경의 비봉폭포를 먼 발취로 보면서 가슴에 웅장함을 새겨 넣었고 한창 중수중인 신계사 고찰을 스쳐 지나오면서 좋은 풍광에 깃든 연정에 얽힌 전설이나 없었는지 상상해 본다.
온정리에 도착하니 약속된 점심시간이 조금 넘어 서둘러 구평마을에 가서 재빠른 샤워를 하고 그 유명하다는 냉면을 먹으러 북적대는 옥류관에 갔었다. 붉은 제복과 푸른 제복과 정장을 한 종업원들은 등급이 있는 것 같았으며 생각보다는 몸매도 날씬하고 영양상태가 좋아 우리 고전형의 제법 통통한 복스런 아가씨들의 영접을 받았다. 식전에 대동강이라는 맥주를 장교수님의 제공으로 한 잔씩 하였는데 너무 단맛이 강하고 소문과는 달리 냉면도 입맛에 익숙치 안해서인지 그저 그랬다.
돌아올 시간이 다가왔으므로 별 살 것도 없는 기념품점에 가서 면세품이나 살 가하고 기웃거렸으나 마음 가는 물건은 별 없었고 출발 시에 잘 다녀오시라는 사위와 아들의 노잣돈과 아내가 당신여행 갈 때 아무런 성의표시 없었다고 하는 말 들을 가 바 준다는 노자 돈의 부담 때문에 사가야 잘 샀다는 칭찬 못들을 줄 알면서도 뭔가는 사야 하겠기에 산꿀과 장뇌인삼주, 땅콩, 재민이(손주놈)과자, 딸래미 그림엽서 등을 사가지고 북한을 뒤로 하였다.
정말 이상한 나라에서 2박 3일간의 이상한 관광을 마치고 남쪽의 출입 사무소를 통과하니 아무래도 일행들은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는 듯 하였어며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은 영주에 들러 맛있다는 차돌배기 한우식당에서 저녁식사 곁들인 쇠주 한잔으로 금강산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차속에서 캔맥주나 축내면서 달려왔으나 도착은 거의 밤 11시였다. 특히 이번 연수에 수고해 주신 김성식 학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2006년 7월 3일 동의대 자연과학대 분자생물학과 최 주 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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